먼저 내 제도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퇴직급여 제도는 크게 퇴직금제도와 퇴직연금제도로 나뉩니다. 퇴직금제도는 회사가 사내에 유보했다가 퇴직할 때 지급하는 전통적인 방식이고, 퇴직연금은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하는 방식입니다. 퇴직연금은 다시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는 사용자가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 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고, 제도의 종류는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거쳐 정합니다.
차이의 핵심은 "누가 운용 위험을 지는가"입니다. DB는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 × 근속연수로 금액이 정해지고, 그 금액을 맞추기 위한 운용 책임은 회사가 집니다. 운용을 잘하든 못하든 근로자가 받는 금액은 산식대로입니다. DC는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계좌에 넣어 주고, 그 뒤로는 근로자가 직접 운용합니다. 수익이 나면 더 받고 손실이 나면 덜 받습니다. 퇴직금제도는 실질적으로 DB와 같은 산식을 씁니다.
본인 제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의 퇴직급여 조항을 보거나,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본인 명의 퇴직연금 계좌가 잡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DC라면 매년 회사가 입금한 내역이 계좌에 찍혀 있어야 하고, 입금이 밀려 있다면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DB냐 DC냐: 두 숫자를 비교하면 된다
비교 기준은 하나입니다. 앞으로 남은 근속 기간의 연평균 임금상승률과, 그 기간 동안 내가 낼 수 있는 연평균 운용수익률 중 어느 쪽이 큰가. 임금상승률이 높으면 DB가 유리하고, 운용수익률이 높으면 DC가 유리합니다. 이유는 산식에 있습니다. DB는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이 전체 근속연수에 곱해지므로 마지막 임금이 오르면 과거 근속분까지 소급해서 커집니다. DC는 그해의 임금으로 그해 몫이 확정되므로, 나중에 임금이 올라도 이미 넣은 돈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 상황 | 유리한 쪽 | 이유 |
|---|---|---|
| 연차에 따라 호봉이 꾸준히 오르는 조직, 장기 근속 예정 | DB | 퇴직 직전 임금이 전체 근속연수에 곱해짐. 임금상승률이 그대로 수익률 역할 |
| 임금 인상이 물가 수준에 그치고 본인이 투자에 익숙함 | DC |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을 넘으면 격차가 복리로 벌어짐 |
| 임금피크제 적용 예정 | DC 검토 | DB는 임금이 깎인 시점의 평균임금으로 전체가 계산되어 총액이 줄 수 있음. 전환 시점 판단이 중요 |
| 연봉 변동이 크고 성과급 비중이 높음 | DC 검토 | 퇴직 직전 해가 나쁜 해면 DB가 크게 불리해짐 |
| 회사 재무가 불안정 | DC 또는 퇴직연금 자체 | DC는 매년 근로자 계좌로 이전되어 회사와 분리됨. 사내 유보 방식의 퇴직금제도가 가장 취약 |
| 투자 판단을 하고 싶지 않고 원리금보장형만 둘 예정 | DB | DC를 예금 상품에만 두면 수익률이 임금상승률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음 |
주의할 점은 DB에서 DC로는 전환할 수 있지만 반대 방향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도 변경은 회사 차원의 결정이고 개인이 마음대로 오갈 수 없으며, 회사가 두 제도를 함께 운영해 선택권을 주는 경우에도 한 번 DC로 옮기면 그동안의 적립금이 본인 운용 책임으로 넘어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있다면 전환 시점이 곧 금액이므로, 인사팀에 임금피크 적용 시점과 그때의 예상 평균임금을 물어 계산해 보고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DC 적립금이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불어나는지는 DC형 퇴직연금 예상액 계산기에, DB나 퇴직금제도의 산식 감각은 퇴직금 계산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급할 때 꺼낼 수 있는가
이 항목에서 제도별 차이가 가장 큽니다. DB는 중도인출이 되지 않습니다. 퇴직해야 받습니다. DC와 IRP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14조가 정한 사유에 해당할 때만 인출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흔했던 "퇴직금 중간정산"도 같은 취지로 사유가 제한돼 있습니다.
| 사유 | DC | IRP | 메모 |
|---|---|---|---|
| 무주택자인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 | 가능 | 가능 | 무주택 여부와 본인 명의가 요건. 매매계약서·등기 관련 서류 제출 |
| 무주택자가 주거 목적 전세금·임차보증금을 부담 | 가능 | 가능 | 하나의 사업장에 근로하는 동안 1회로 제한 |
| 본인·배우자·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 가능 | 가능 | 의료비가 연간 임금총액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야 한다는 요건이 붙음. 진단서와 의료비 영수증 필요 |
| 최근 5년 이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 가능 | 가능 | 결정문 사본 제출 |
| 최근 5년 이내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은 경우 | 가능 | 가능 | 결정문 사본 제출 |
| 천재지변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 가능 | 가능 |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사유·요건 |
| 생활비 부족, 대출 상환, 자녀 학자금 | 불가 | 불가 | 가장 많이 문의되는 사유이지만 인출 사유가 아님 |
| 어떤 사유든 | DB는 전부 불가 | DB는 중도인출 제도 자체가 없음 | |
중도인출을 하면 세금도 따라옵니다. 인출한 금액은 퇴직소득으로 과세되고, IRP에서 세액공제를 받았던 본인 부담금을 중도에 빼면 그 부분은 기타소득으로 과세되어 그동안 받은 공제 효과가 사라집니다. 법정 사유에 해당하는 인출은 세율이 낮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어느 쪽이든 노후 재원이 줄어드는 선택이므로 다른 자금 조달 방법을 먼저 따져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사유별로 필요한 서류와 적용 세율은 가입한 금융기관에 확인하세요.
퇴직할 때: IRP 의무 이전과 세금
퇴사하면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로 이전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55세 미만인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받을 때 IRP 계정으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예외가 있는데, 퇴직급여액이 소액(300만 원 이하)인 경우, 55세 이후에 퇴직하는 경우, 담보대출 상환 등 일부 사유입니다. 그래서 퇴사 전에 IRP 계좌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좋고, 계좌를 만들지 않으면 지급 자체가 지연됩니다.
IRP로 이전되면 그 시점에는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습니다. 과세가 이연되어 나중에 실제로 꺼낼 때 냅니다. 그리고 꺼내는 방식에 따라 세금이 달라집니다. 55세 이후에 연금 형태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감면되는데, 연금수령 연차 10년 이하 구간에는 30%, 10년을 초과하는 구간에는 40%를 덜 냅니다. 반대로 일시금으로 한 번에 빼면 감면 없이 원래의 퇴직소득세를 냅니다.
| 수령 방식 | 과세 | 고려할 점 |
|---|---|---|
| 퇴직 즉시 일시금(IRP 해지) | 퇴직소득세 전액. 감면 없음 | 당장 목돈이 필요할 때만. 세금과 노후 재원을 동시에 잃음 |
| IRP에 두었다가 55세 이후 일시금 | 퇴직소득세 전액. 다만 그동안 운용수익은 별도 과세 | 과세 이연 효과만 누림. 감면은 없음 |
| 55세 이후 연금으로 10년 이내 분할 | 퇴직소득세 30% 감면 | 가장 흔한 형태. 연금 개시 후 최소 수령 기간 요건 확인 |
| 55세 이후 연금으로 10년 초과 분할 | 10년 초과분에 대해 40% 감면 | 길게 나눠 받을수록 유리. 다만 생활비 계획과 맞아야 의미가 있음 |
| IRP 본인 추가납입분(세액공제 받은 금액) | 연금 수령 시 연금소득세(저율), 중도 인출 시 기타소득세 | 퇴직급여 이전분과 세금 체계가 다름. 계좌 안에서 구분 관리됨 |
퇴직소득세 자체가 얼마인지는 근속연수공제와 환산급여 구조 때문에 직관적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근속이 길수록 세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라 20년 근속과 5년 근속의 실효세율은 크게 다릅니다. 대략적인 금액은 퇴직소득세 계산기로 확인하고, 계산 구조는 퇴직소득세 계산 방법에 정리돼 있습니다. IRP 계좌에 본인 돈을 추가로 넣어 세액공제를 받는 부분은 연금저축과 합산한 한도가 적용되므로 연금저축과 IRP 비교를 함께 보세요.
수수료와 상품 선택에서 새는 돈
퇴직연금은 적립금에 대해 매년 수수료가 부과됩니다. 운용관리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가 따로 있고, 여기에 편입한 펀드의 보수가 별도로 붙습니다. 연 0.3%와 연 0.5%는 한 해로 보면 작지만 20년, 30년이 쌓이면 수백만 원 단위 차이가 됩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는 사업자별 수수료율과 수익률이 공시되므로, 본인 계좌의 수수료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판단 재료가 생깁니다. IRP는 금융기관을 옮길 수 있고, 온라인으로 가입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크게 낮추는 곳이 있습니다.
상품 선택에서 자주 나오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방치입니다. DC나 IRP 계좌를 만들어 놓고 아무 상품도 지정하지 않으면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사실상 수익이 나지 않는데, 이 문제 때문에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되어 일정 기간 운용 지시가 없으면 미리 정해 둔 상품으로 운용됩니다. 다만 디폴트옵션도 본인이 어떤 등급의 상품을 지정해 두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알아서 굴러가겠지"로 두지 말고 한 번은 열어 봐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반대 방향입니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을 크게 가져갔다가 퇴직 직전에 하락장을 만나는 경우입니다. 퇴직연금은 인출 시점이 대체로 정해져 있는 돈이라,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 가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지금 담긴 상품이 원리금보장형인지 실적배당형인지, 실적배당형이라면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그리고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인지. 원리금보장형 상품도 만기가 있어 만기가 지나면 대기성 자금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으니 만기 도래 시점을 확인해 두세요. 노후 자금 전체 그림은 은퇴 후 필요 생활비 계산기와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함께 보면 잡기 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회사에서 DB와 DC 중 고르라고 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나요?
앞으로 남은 근속 기간의 예상 임금상승률과 본인이 낼 수 있는 예상 운용수익률을 비교하면 됩니다. 임금이 꾸준히 오르는 조직에서 오래 다닐 예정이면 DB가, 임금 인상이 완만하고 투자를 직접 할 수 있으면 DC가 유리합니다. DB는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이 전체 근속연수에 곱해지기 때문입니다. 임금피크제가 예정돼 있다면 DB에서는 깎인 임금으로 전체가 계산되어 총액이 줄 수 있으므로 전환 시점을 따져 보세요. 한 번 DC로 옮기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생활비가 급한데 퇴직연금을 중간에 뺄 수 있나요?
생활비나 대출 상환은 인출 사유가 아닙니다. DC와 IRP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정한 사유(무주택자의 본인 명의 주택 구입, 무주택자의 주거용 전세금·보증금 부담, 본인·배우자·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최근 5년 이내 파산선고 또는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 천재지변 등)에 해당할 때만 인출할 수 있고, DB는 어떤 사유로도 중도인출이 불가능합니다. 요양 사유는 의료비가 연간 임금총액의 일정 비율을 넘어야 한다는 요건이 붙고, 전세보증금 사유는 한 사업장에서 1회로 제한됩니다.
퇴사하면 퇴직금이 통장으로 바로 들어오나요?
55세 미만이라면 원칙적으로 본인 명의 IRP 계좌로 이전됩니다. 퇴직급여액이 300만 원 이하이거나 55세 이후 퇴직 등 일부 예외에서만 일반 계좌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퇴사 전에 IRP 계좌를 미리 개설해 두는 편이 좋고, 계좌가 없으면 지급이 지연됩니다. IRP로 이전되는 시점에는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고 나중에 인출할 때 과세되며, 곧바로 해지해 일시금으로 빼면 감면 없이 퇴직소득세를 전액 냅니다.
연금으로 받으면 세금이 얼마나 줄어드나요?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받으면 이연된 퇴직소득세가 감면됩니다. 연금수령 연차 10년 이하 구간에는 30%, 10년을 초과하는 구간에는 40%를 덜 냅니다. 즉 오래 나눠 받을수록 세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다만 실제 감면액은 근속연수와 퇴직급여 규모에 따라 계산되는 원래의 퇴직소득세 크기에 달려 있으므로, 계산기로 본인 금액을 넣어 보고 생활비 계획과 맞춰 수령 기간을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