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두 가지
주택에는 소방시설 설치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아파트나 기숙사처럼 별도 소방시설이 갖춰진 건물이 아닌 단독주택·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은 세대별로 소화기 1개 이상과 구획된 실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해야 합니다. 방이 두 개에 거실이 하나면 감지기가 세 개 필요한 셈입니다. 과태료를 물리는 방식으로 단속하지는 않지만, 이건 단속의 문제가 아니라 새벽에 잠든 사이 연기를 알아차릴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전선 공사가 필요 없고 배터리로 작동하며 천장에 붙이면 끝입니다. 가격도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설치 위치는 각 방과 거실의 천장 중앙 부근이고, 주방은 조리 연기로 오작동이 잦아 열 감지 방식을 쓰거나 위치를 조금 떨어뜨립니다. 배터리는 대체로 몇 년 쓰지만 수명이 다하면 짧은 경고음이 주기적으로 나므로 그때 교체합니다. 오작동이 성가시다고 배터리를 빼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감지기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소화기는 눈에 보이고 손이 닿는 곳에 둡니다. 싱크대 안쪽 깊숙이 넣어 두면 그 순간에 못 꺼냅니다. 현관 근처가 무난합니다. 대피하면서 지나가는 동선이기 때문입니다.
소화기, 실제로 쓸 때
순서는 네 단계로 외우면 됩니다. ① 안전핀을 뽑는다 — 손잡이를 쥔 채로는 핀이 안 빠지므로 손잡이에서 손을 떼고 핀만 잡아당깁니다. ② 바람을 등진다 — 실외라면 바람을 등지고, 실내라면 출입구를 등지고 섭니다. 즉 내 뒤에 항상 나갈 길이 있어야 합니다. ③ 노즐을 불의 밑부분으로 향하고 손잡이를 움켜쥔다 — 불꽃 위쪽이 아니라 타고 있는 물체의 바닥을 겨냥합니다. ④ 빗자루로 쓸듯이 좌우로 뿌립니다.
알아 둘 점이 있습니다. 분말소화기 하나의 분사 시간은 대략 10~15초에 불과합니다. 몇 번 시험 삼아 뿌려 보다가 정작 필요할 때 비는 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불길이 이미 천장에 닿았거나 연기가 방을 채웠다면 소화기로 해결할 단계가 아닙니다. 그때는 끄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우선입니다. 문을 닫고 나오면 산소 공급이 줄어 확산 속도가 느려집니다.
관리도 간단합니다. 축압식 소화기는 손잡이 아래 지시압력계 바늘이 녹색 구간에 있어야 정상입니다. 노란색이나 빨간색이면 교체 대상입니다. 분말이 굳지 않도록 가끔 뒤집어 흔들어 주는 것이 좋고, 제조일로부터 10년이 지난 것은 성능 확인을 받거나 교체합니다. 오래된 가압식 소화기(손잡이 옆에 압력계가 없는 구형)는 파열 사고 사례가 있어 폐기하고 축압식으로 바꾸는 편이 안전합니다.
불의 종류에 따라 대응이 다르다
| 유형 | 예 | 대응 |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
|---|---|---|---|
| 일반(A급) | 종이, 나무, 천, 쓰레기 | 물 또는 분말소화기, 확실히 적실 것 | 겉불만 끄고 방치(속에서 다시 살아남) |
| 유류(B급) | 휘발유, 등유, 페인트, 알코올 | 분말소화기, 질식 소화 | 물 뿌리기(기름이 물 위로 퍼짐) |
| 전기(C급) | 콘센트, 가전, 배선 | 가능하면 차단기부터 내리고 분말·이산화탄소 소화기 | 전원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물 뿌리기(감전) |
| 주방 식용유(K급) | 튀김 기름, 프라이팬 | 불 끄고, 뚜껑이나 젖은 수건을 덮어 산소 차단, K급 소화기 | 물 붓기, 기름 냄비를 들고 이동하기 |
| 가스 | LPG·도시가스 누출 화재 | 가능하면 밸브 잠그고 대피 후 신고 | 환기한다고 선풍기·환풍기 켜기, 라이터로 확인 |
이 중에서 실제 사고가 가장 많고 오해도 많은 것이 튀김 기름 화재입니다. 여기에 물을 부으면 물이 순간적으로 끓어 수증기로 팽창하면서 불붙은 기름을 사방으로 튀겨 냅니다. 작은 불이 한순간에 주방 전체로 번지는 장면이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컵으로 한 컵만 부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바른 순서는 불을 끄고(가스레인지 밸브 차단), 냄비 뚜껑이나 큰 접시, 물에 적셔 꼭 짠 수건을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덮을 때는 몸 쪽에서 반대쪽으로 밀듯이 덮어야 손이 화염 위를 지나지 않습니다. 주방에는 일반 분말소화기 외에 K급 소화기를 하나 두면 대응이 훨씬 쉬워집니다. 가스 설비 자체의 점검과 냄새가 날 때의 행동 순서는 도시가스 안전점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연기 속에서 나가는 법
화재 사망 원인의 상당수는 불이 아니라 연기입니다. 연기에는 일산화탄소를 비롯한 유독가스가 섞여 있고, 몇 번만 들이마셔도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그래서 대피의 핵심은 연기를 덜 마시는 것입니다.
수건이나 옷을 물에 적셔 코와 입을 막고, 자세를 낮춰 이동합니다. 연기는 뜨거워서 위로 올라가므로 바닥 가까이가 상대적으로 공기가 낫습니다. 다만 완전히 엎드려 기어가면 속도가 너무 느려지니 몸을 숙인 자세로 벽을 짚으며 빠르게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벽을 짚는 이유는 연기로 앞이 안 보일 때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엘리베이터는 절대 타지 않습니다. 화재로 전원이 끊기면 갇히고, 승강로가 굴뚝처럼 연기를 빨아올리는 통로가 됩니다. 계단으로 내려가되 아래쪽이 이미 연기와 불로 막혔다면 옥상으로 올라가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옥상 문이 잠겨 있지 않은지 확인해 둘 가치가 있습니다(피난용 옥상 출입문은 화재 시 자동 개방되도록 관리되어야 합니다). 문을 열기 전에는 손등으로 문손잡이와 문틈을 대 봅니다. 뜨거우면 반대편이 이미 화염이므로 열지 않습니다.
그리고 계단과 복도, 방화문 앞에 자전거나 짐을 쌓아 두지 않는 것. 이건 이웃과의 문제이기 전에 본인의 탈출로 문제입니다. 방화문은 닫혀 있어야 제 역할을 하므로 고임목으로 열어 두는 것도 위험합니다.
아파트에서는 무조건 뛰어나가는 게 답이 아니다
과거에는 화재 경보가 울리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라고 안내했지만, 그 과정에서 계단으로 나섰다가 연기에 노출되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지금은 상황을 살펴서 판단하도록 안내가 바뀌었습니다. 소방청의 「불나면 살펴서 대피」가 그것입니다. 기준은 단순합니다.
| 상황 | 행동 | 이유 |
|---|---|---|
| 우리 집에서 불이 났고 대피 가능 | 현관으로 즉시 대피, 문 닫고 나가며 이웃에 알리고 119 신고 | 가장 위험한 곳이 우리 집이므로 벗어나는 것이 우선 |
| 우리 집에서 불이 났는데 현관 쪽이 막힘 | 반대편 방으로 이동해 문 닫고, 경량칸막이·대피공간·하향식 피난구 이용, 창문에서 위치 알리기 | 세대 내 피난 설비가 시간을 벌어 줌 |
| 다른 집·아래층 화재, 우리 집은 안전하고 계단에 연기 없음 | 계단으로 신속히 대피 | 확산 전에 벗어남 |
| 다른 집 화재, 복도·계단에 이미 연기 | 나가지 말고 문을 닫은 채 대기, 문틈을 젖은 수건으로 막고 119에 위치 신고 | 연기 속 이동이 더 위험함 |
여기서 중요한 것이 우리 집 피난 설비가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1992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는 세대 사이 발코니에 경량칸막이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얇은 석고보드 벽이라 발로 차서 부수고 옆집으로 넘어갈 수 있게 만든 것인데, 여기에 붙박이장을 대거나 창고로 쓰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2005년 이후 발코니를 확장한 세대에는 대피공간(방화문으로 구획된 작은 공간)이나 하향식 피난구(바닥에 설치되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대피공간을 창고로 쓰는 집이 많은데 그 안에 짐이 가득하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이렇습니다. 우리 집 발코니 어느 벽이 경량칸막이인지, 대피공간이나 피난구가 있는지, 있다면 그 앞이 비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저층 주택이라면 완강기 위치와 사용법을 봐 둡니다. 그리고 가족끼리 모이는 장소를 하나 정해 둡니다. 밖으로 나온 뒤 서로를 찾겠다고 다시 들어가는 상황이 가장 위험합니다.
전기 화재는 원인이 정해져 있다
주택 화재의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전기입니다. 그런데 원인 목록이 길지 않아 몇 가지만 챙겨도 위험이 꽤 줄어듭니다.
트래킹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콘센트나 플러그의 두 극 사이에 먼지가 쌓이고 습기가 더해지면 미세한 전류가 흐르면서 표면이 조금씩 탄화되고, 그 탄화된 길이 이어지면 결국 불꽃이 튑니다. 냉장고·세탁기 뒤처럼 몇 년째 뽑지 않은 플러그, 침대 밑 멀티탭, 화장실 근처 콘센트가 위험합니다. 대응은 간단합니다. 가끔 플러그를 뽑아 마른 천으로 먼지를 닦고, 쓰지 않는 플러그는 뽑아 두고, 습한 곳에는 커버를 씌웁니다.
문어발 연결은 멀티탭에 멀티탭을 물리는 방식이 특히 문제입니다. 각 멀티탭에 허용 용량(예: 15A, 3300W)이 적혀 있는데 전열기구를 여럿 물리면 쉽게 넘어갑니다. 전기히터·전기장판·전기포트·헤어드라이어처럼 열을 내는 기기는 되도록 벽 콘센트에 직접 꽂습니다. 낡은 멀티탭도 교체 대상입니다. 코드가 갈라졌거나 눌린 자국이 있거나 꽂았을 때 헐거우면 접촉 불량으로 열이 납니다. 전선을 가구 밑에 눌러 두거나 카펫 아래로 지나가게 하는 것도 피부 손상과 발열로 이어집니다.
이 밖에 배터리 화재도 늘고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나 보조배터리를 충전한 채 방치하지 말고, 부풀어 오른 배터리는 바로 폐기합니다. 겨울철 난방기기 관리는 한파 대비에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화재보험과 실화 책임
불이 나면 우리 집 피해만 문제가 아닙니다. 옆집과 아래층에 물 피해와 그을음 피해가 갑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입니다. 실수로 낸 불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되, 실화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법원이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이고, 담배꽁초 방치나 인화물질 취급 부주의처럼 중과실로 평가되면 감경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보험 구조입니다.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된 단체화재보험은 대체로 건물 위주로 설계되어 있어, 가재도구나 이웃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충분히 담보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이 드는 주택화재보험(또는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에서 확인할 항목은 세 가지입니다. ① 건물과 가재도구가 각각 얼마로 잡혀 있는가 ② 화재배상책임 또는 임차인이라면 임차자배상책임이 들어 있는가 ③ 누수·폭발 등 관련 위험이 포함되는가. 임차인은 특히 세 번째와 두 번째가 중요합니다. 세입자가 낸 불로 임대인 건물이 훼손되면 원상회복 책임 문제가 따라오는데, 임차자배상책임 담보가 없으면 개인이 그대로 떠안습니다. 보험 항목을 어떻게 점검하는지는 보험 점검과 보험금 청구를 참고하시고, 세부 담보 범위는 약관과 설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가입한 보험사에 직접 확인하세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감지기와 소화기를 두고, 소화기 압력계와 감지기 배터리를 가끔 보고, 콘센트 먼지를 닦고, 주방에 K급 소화기를 하나 두고, 우리 집 피난 설비 위치를 확인하고, 가족 집합 장소를 정해 둡니다. 여기까지가 평상시에 할 수 있는 전부이고, 사실 이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이 달라집니다. 대피 중 다친 사람이 생겼을 때의 처치는 심폐소생술과 기본 응급처치를, 사고 후 진료 경로는 응급실 이용법을 참고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아파트에 사는데 소화기와 감지기를 따로 사야 하나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의무는 아파트와 기숙사를 제외한 단독주택·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에 적용됩니다. 세대별로 소화기 1개 이상과 구획된 실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두도록 정하고 있어, 방 두 개에 거실 하나면 감지기 세 개가 필요한 셈입니다. 아파트는 건물 자체에 자동화재탐지설비와 옥내소화전 등이 갖춰져 있어 이 의무의 대상은 아니지만, 세대 안에서 처음 불이 났을 때 바로 손댈 수 있는 소화기 한 대와 주방용 K급 소화기를 두는 것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위치는 눈에 보이고 손이 닿는 현관 근처가 좋습니다. 대피하면서 지나가는 동선이기 때문입니다. 세대 내 피난 설비가 무엇인지는 준공 연도와 구조에 따라 다르므로 관리사무소에 확인해 두세요.
튀김하다 기름에 불이 붙었습니다. 물을 부으면 안 되나요?
절대 안 됩니다. 물이 뜨거운 기름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끓어 수증기로 팽창하면서 불붙은 기름을 사방으로 튀겨 내고, 작은 불이 한순간에 주방 전체로 번집니다. 컵으로 조금 붓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올바른 순서는 먼저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밸브를 잠근 뒤, 냄비 뚜껑이나 큰 접시, 물에 적셔 꼭 짠 수건을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덮을 때는 몸 쪽에서 반대쪽으로 밀듯이 덮어야 손이 화염 위를 지나지 않습니다. 불붙은 냄비를 들고 싱크대나 밖으로 옮기려는 시도도 위험합니다. 이동 중에 기름이 쏟아지면 화상과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주방에는 식용유 화재용 K급 소화기를 하나 두면 대응이 쉬워지고, 불길이 이미 후드나 천장에 닿았다면 끄려 하지 말고 문을 닫고 대피한 뒤 119에 신고하세요.
아파트에서 화재경보가 울리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하나요?
지금의 안내는 상황을 살펴 판단하는 쪽입니다. 우리 집에서 불이 났고 현관으로 나갈 수 있으면 즉시 대피하면서 문을 닫고 이웃에 알린 뒤 119에 신고합니다. 다른 집에서 난 불인데 계단과 복도에 연기가 없다면 신속히 계단으로 대피합니다. 반대로 이미 복도나 계단에 연기가 찼다면 나가지 말고 문을 닫은 채 문틈을 젖은 수건으로 막고 창문 등으로 위치를 알리며 119에 우리 집 동·호수를 정확히 알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기 속 이동이 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에서 불이 났는데 현관 쪽이 막힌 경우에는 반대편 방으로 이동해 문을 닫고 발코니의 경량칸막이나 대피공간, 하향식 피난구를 이용합니다. 어느 벽이 경량칸막이인지, 대피공간 앞에 짐이 쌓여 있지 않은지는 평소에 확인해 두어야 그 순간에 쓸 수 있습니다.
세입자인데 화재보험을 따로 들어야 하나요?
임차인은 확인할 항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비에 포함된 단체화재보험은 대체로 건물 위주로 설계되어 가재도구나 배상책임까지 충분히 담보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임대인이 가입한 보험도 임차인의 과실로 발생한 손해까지 대신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세입자가 낸 불로 임대 목적물이 훼손되면 원상회복 책임 문제가 따라오므로, 주택화재보험에 임차자배상책임이나 일상생활배상책임 담보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에 본인 가재도구가 얼마로 잡혀 있는지, 누수나 폭발 같은 관련 위험이 포함되는지도 함께 보세요. 참고로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은 실수로 낸 불에 대해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책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담배꽁초 방치 같은 사정이 있으면 감경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담보 범위는 약관과 설계에 따라 다르므로 가입한 보험사에 직접 확인하세요.